《자산어보》는 정약전과 청년 어부 창대의 이야기를 그린 2021년 개봉작으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감동적인 역사 드라마적인 영화다. 흑백 촬영 기법을 사용해 시대적 분위기와 감성을 강조했으며, 정약전과 창대의 사상적 갈등과 성장 과정들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이 영화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라, 지식과 신분을 뛰어넘는 인간적인 교류와 조선 시대의 현실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본 리뷰에서는 《자산어보》의 스토리, 흑백 영상미, 그리고 역사적 의미를 중심으로 심층 분석해 본다.
1. 《자산어보》의 줄거리와 시대적 배경
《자산어보》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설경구 분)이 신유박해로 인해 흑산도로 유배된 후, 섬 주민들과 교류하며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는 섬에서 만난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와 관계를 맺으며 어종과 생태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이를 책으로 정리하여 남기려 한다.
영화는 조선 시대의 신분 제도와 사상의 갈등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창대는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 학문을 배우고 싶어
하지만, 조선 사회에서 양반이 아닌 사람들이 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정약전은 창대에게 배움을 권하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선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해 간다. 하지만 창대는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히며,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특히 영화는 단순히 정약전의 업적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신분과 학문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지식은 과연 특정 계층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가? 배움이란 무엇이며,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창대와 정약전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2. 흑백 영상미와 연출의 미학
《자산어보》는 흑백 영화라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영화가 지닌 주제와 깊이 연관된다. 조선 후기의 시대적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흑백 톤을 활용했으며, 덕분에 관객들은 컬러 없이도 감정을 더욱 집중해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자연의 장면이 강조되는 순간, 흑백 화면은 색채가 사라진 대신 빛과 그림자를 대비시킨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 잔잔한 바다, 그리고 어촌 마을의 순박한 모습이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카메라는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조명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캐릭터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창대가 학문에 대한 열망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할 때, 그의 얼굴에 비치는 빛의 변화는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연출 기법은 단순한 흑백 영상이 아니라, 감정을 더욱 깊이 전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흑백 영화라는 선택은 시대극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오히려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과감한 연출로 평가받고 있다.
3. 역사적 의미와 정약전의 사상
정약전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로, 그의 저서 《자산어보》는 조선 시대 해양 생물학 연구의 중요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그의 연구 업적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사상과 인격에 초점을 맞춘다.
정약전은 유배지에서도 학문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어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생활을 깊이 이해하려 했다. 그는 지식이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나 배우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다. 이는 조선 시대의 엄격한 신분 제도와는 상반되는 개념이었으며, 영화는 이러한 그의 신념을 창대와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창대는 처음에는 정약전을 의심하고 거리감을 두지만, 점차 그의 사상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조선 사회에서 신분을 뛰어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깨닫는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배움과 계급, 그리고 개인의 신념은 시대를 막론하고 중요한 주제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분과 학문의 관계, 그리고 지식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결론: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하는 작품
《자산어보》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다. 조선 후기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인간적인 성장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흑백 영화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전달하며, 시대를 초월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정약전과 창대의 관계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배우고 영향을 주는 인간적인 교류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문의 의미, 신분의 한계, 그리고 개인의 선택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우리에게 지식과 인간의 성장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는 《자산어보》는, 요즘 보기 드문 흑백 영상 속에서 더욱 빛나는 보석 같은 영화다.